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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심층분석 · 2026년 8월 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나

지상에서는 러시아가 매일 조금씩 밀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석유 정제 능력은 설계치의 42%까지 떨어졌고, 7월 한 주 동안 흑해에서 배 90척이 공격받아 러시아가 스스로 해협을 닫았다. 전선의 승패와 국가 체력의 승패가 반대로 가고 있다.

먼저 결론부터

이 전쟁은 지금 두 개의 다른 전쟁으로 갈라져 있다. 하나는 지도 위에서 마을을 주고받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의 경제를 태우는 전쟁이다. 앞의 전쟁은 러시아가 이기고 있고, 뒤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

러시아 지상 진격 (2026년 7월)
하루 18.49 제곱킬로미터
거리가 아니라 넓이다. 4.3km × 4.3km 한 조각. 전선 전체로 펴면 하루 20미터가 안 된다
러시아 정유 가동 (7월 초)
설계능력의 42.47%
우크라이나가 6월 한 달에만 정유소 8곳을 때렸고 기름탱크 60기 이상이 파괴되거나 크게 망가졌다
흑해 선박 피격 (7월 6~12일)
한 주 90척
7월 11일 러시아가 돈–아조프 운하와 케르치 해협의 민간 선박 통행을 스스로 중단시켰다

그래서 이 글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땅은 잃는데 상대의 기름과 항구를 태우는 쪽과, 땅은 얻는데 자기 정유소가 반쯤 멈춘 쪽 가운데 누가 먼저 못 버티나. 그리고 시장은 이 위험을 가격에 넣고 있나.

이 글의 전황 수치는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러시아 국방부 발표와 서방 전쟁 분석기관 평가를 정리한 것이다. 교전 당사국 발표는 서로 부풀리는 경향이 있어, 양쪽이 모두 인정하거나 제3자가 확인한 것만 골라 썼다. 확인 주체가 한쪽뿐인 수치는 그렇게 밝혀 적었다.

지상 전선 — 러시아는 밀고 있다, 아주 느리게

2026년 7월 러시아군이 전진하거나 침투했다고 확인·주장된 면적은 하루 평균 18.49제곱킬로미터다. 거리가 아니라 넓이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하루에 18킬로미터를 달린 게 아니라, 4.3킬로미터 × 4.3킬로미터짜리 땅 한 조각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게 얼마나 느린지는 다르게 재보면 드러난다. 한 달을 꼬박 밀어야 573제곱킬로미터로 서울 면적(605제곱킬로미터)에 못 미친다. 1년을 이 속도로 가도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1.1%다. 전선 길이를 1,000킬로미터로 잡고 얻은 땅을 그 위에 고르게 펴면 하루 18.5미터 꼴이다. 평지에서 3년 반을 싸우는데 하루에 20미터를 못 간다.

지도 1 · 러시아가 미는 방향 — 전선 축 개념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수미 방향 하르키우 북부 올렉산드리우카 훌랴이폴레 흑해·아조프해 — 7월 한 주 선박 90척 피격, 러시아가 케르치 해협 민간 통행 중단 크림 붉은 점선이 대략적인 접촉선, 화살표가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밝힌 진격 축이다. 각 축의 진격 속도는 2026년 7월 기준 전체 합쳐 하루 18.49제곱킬로미터에 그친다. ※ 실제 통제선이 아니라 방향과 상대 위치만 나타낸 개념도다.

화살표 넷이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밝힌 진격 축이다. 넷 다 동쪽과 북동쪽에서 안쪽으로 향한다. 붉은 점선이 대략적인 접촉선인데, 이 선이 3년 반 동안 거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이 지도의 요점이다.

아래쪽 흑해가 왜 같이 그려져 있는지도 중요하다. 땅에서 밀리는 쪽이 바다에서는 밀고 있다. 지상 축과 해상 축을 따로 보면 이 전쟁이 이해되지 않는다.

러시아 측 주장은 더 크다. 푸틴은 루한스크주 전역을 장악했다고 했고, 총참모장 게라시모프는 전선 전 구간에서 진격 중이며 특히 수미·하르키우 북부·올렉산드리우카·훌랴이폴레 방향이 가장 빠르다고 했다. 북부군 사령관은 6월에 수미시 북쪽 이볼잔스케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 주장들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서방 전쟁 분석기관은 러시아군 지휘부가 전선 전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인지전을 펴고 있다고 평가한다. 목적은 우크라이나 병사의 사기를 꺾는 것보다 서방의 지원 의지를 꺾는 데 있다. "어차피 질 싸움에 왜 돈을 대느냐"는 여론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방향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조금씩이지만 계속 얻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조금씩이지만 계속 잃고 있다. 2026년 들어 확인된 것만 봐도 쿠피얀스크 인근 포돌리, 수미주 안드리이우카, 도네츠크주 노보마르코베, 그리고 2월에는 미르노흐라드가 러시아 통제로 넘어갔다.

속도가 이렇게 느린 이유는 방어 쪽이 유리한 전쟁이 됐기 때문이다. 드론이 하늘을 덮고 있어서 기갑부대가 대열을 지어 돌파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8월 1일 하루 동안 러시아가 동원한 자폭 드론만 6,659대였다. 같은 날 미사일 31발, 공습 66회, 유도폭탄 201발이 쓰였고 2,381개 지점이 포격당했다. 이 물량으로 얻는 게 하루 18제곱킬로미터다.

그림 1 · 하루에 이만큼 쏟아붓고 얻는 땅
2026년 8월 1일 하루 동안 러시아가 투입한 것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집계) 6,659 자폭 드론 (대) 201 유도폭탄 (발) 66 공습 (회) 31 미사일 (발) 그래서 얻은 것 (2026년 7월 일평균) 18.49 km² 서울 면적(605km²)의 3%. 한 달을 꼬박 밀어야 서울 하나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으로 보면 하루 0.003%

위 칸과 아래 칸을 같이 보면 이 전쟁의 성격이 드러난다. 드론 6,659대를 하루에 쏟아붓고 얻는 것이 서울 면적의 3%다. 2022년에 기갑부대가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던 전쟁과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됐다. 하늘에 드론이 깔려 있으면 대열을 지어 움직이는 순간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비효율이 러시아에 주는 부담은 물자 소모다. 하루에 드론 6,659대를 쓰려면 그만큼 만들거나 사와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장과 전력망을 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선에서 막는 것보다 만드는 곳을 멈추는 게 싸게 먹힌다.

인명 손실도 이 비효율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2022년 2월 24일부터 2026년 8월 3일까지 러시아군 누적 손실을 약 144만 6,150명으로 집계한다. 교전 당사국 발표라 부풀림을 감안해야 하지만, 러시아가 사망·부상·실종을 합쳐 백만 명대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는 큰 그림은 서방 추정과도 어긋나지 않는다.

진짜 달라진 것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기름을 태우고 있다

지도만 보면 우크라이나가 지고 있다. 그런데 지도에 안 나오는 곳에서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6년 7월 초 기준 러시아의 석유 정제 산업은 설계 능력의 42.47%만 돌아가고 있다. 절반 넘게 멈춰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6월 한 달에만 러시아 정유소 여덟 곳을 때렸고, 기름탱크 60기 이상이 파괴되거나 크게 망가졌다.

그림 2 · 러시아 석유 정제 능력, 절반 넘게 멈췄다
가동 중 42.47% 설계 능력 100% 42.47% 멈춰 있는 57.53% 2026년 7월 초 기준 · 6월 한 달에만 정유소 8곳 피격, 기름탱크 60기 이상 파괴·손상 피격 확인: 모스크바(6/14·16·18) · 사라토프(7/8, 8/2) · 우파 · 옴스크 · 시즈란 · 아피프스키 · 카포트냐 · 살라바트

이 그림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하다. 붉은 칸이 지금 돌아가는 부분이고 회색이 멈춘 부분이다. 러시아는 산유국인데 자기 나라 안에서 기름을 제품으로 바꾸는 능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원유는 계속 뽑을 수 있으니 수출은 이어지지만, 휘발유·경유·항공유는 만들지 못한다. 전차와 전투기가 쓰는 것이 바로 그 완제품이다.

지도 2 · 우크라이나 드론이 닿은 곳 — 러시아 후방 타격 개념도
우크라 이나 ← 우크라이나에서 멀어지는 방향 (동쪽 러시아 내륙) → 벨고로드 변전소·발전소 케르치·세바스토폴 화력발전 · 크림 절반 정전 모스크바 정유 3회 · 카포트냐 상트페테르부르크 · 크론시타트 사라토프 · 엥겔스-2 정유 2회 · Tu-95 파괴 우파 · 살라바트 정유 · 석유화학 옴스크 시베리아 · 정유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이 실제로 때린 러시아 시설을, 우크라이나에서 먼 순서로 늘어놓은 것이다. ※ 지리적 지도가 아니라 상대적 원근만 나타낸 개념도다. 좌우 간격은 실제 거리 비율이 아니다. 가장 먼 옴스크는 시베리아다. 러시아 안에 안전한 후방이 사실상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볼 것은 가장 오른쪽이다. 옴스크는 시베리아에 있다. 벨고로드처럼 국경에 붙은 곳이 아니라, 러시아가 안전하다고 여겼을 내륙 깊은 곳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방공을 넓게 펴야 한다. 전선에 집중해야 할 방공 자산을 정유소·발전소·공군기지에 나눠 배치하게 되고, 그만큼 전선의 하늘이 얇아진다. 우크라이나가 후방을 때리는 것은 후방만 노린 게 아니라 전선을 흔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맞은 곳의 이름을 늘어놓으면 규모가 보인다. 6월에는 일스키 정유, 상트페테르부르크 석유터미널, 안티핀스키 정유, 오렌부르크 가스처리공장이 불탔고, 모스크바 정유공장은 6월 14일·16일·18일 사흘 걸러 세 번 맞았다. 7월에는 사라토프·우파·옴스크·시즈란·아피프스키·아조프 정유와 모스크바 카포트냐 정유, 살라바트 석유화학이 이어졌다. 사라토프 정유는 8월 2일 또 불탔다.

왜 정유소인가

원유를 뽑는 유전은 넓은 벌판에 흩어져 있어 드론으로 멈추기 어렵다. 반면 정유소는 크고 고정돼 있고, 안에 불붙는 물질이 가득하다. 한 곳만 제대로 맞아도 몇 주씩 선다.

그리고 러시아가 파는 것은 원유만이 아니다. 휘발유·경유·항공유를 만들어 파는 몫이 크고, 무엇보다 자기 군대가 쓸 연료를 자기 정유소에서 만든다. 정유가 멈추면 수출도 줄고 전차도 못 움직인다.

정유만 맞은 게 아니다. 6월 22일에는 보로네시 반도체 부품 공장이 스톰섀도 순항미사일에 맞아 다섯 명이 숨졌다. 이 공장은 순항미사일과 판치르-S1 방공 시스템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만든다. 무기를 쏘는 것보다 무기를 만드는 곳을 때리는 쪽으로 표적이 옮겨간 것이다.

발전 시설도 표적이 됐다. 6월 23일 케르치 화력발전소가 맞아 크림반도 절반이 정전됐고 연기 기둥이 47킬로미터까지 뻗었다. 7월 14일에는 발라클라바 화력발전소가 맞아 세바스토폴 일부가 전기를 잃었다. 러시아 본토에서도 7월 3일과 4일 벨고로드의 변전소와 화력발전소가 연달아 파괴되면서 도시 대부분이 정전되고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공군기지도 뚫렸다. 7월 1일 사키 공군기지에서 격납고 다섯 동이 부서졌고, 7월 3일 추가 타격으로 전투기 일곱 대가 파괴되거나 손상됐다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주장이 나왔다. 7월 16일과 17일에는 엥겔스-2 전략폭격기 기지에서 Tu-95가 파괴됐다. Tu-95는 우크라이나 도시를 향해 순항미사일을 쏘는 바로 그 기종이다.

이 타격이 6월에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연초부터 쌓여온 패턴이다. 1월 10일 볼고그라드 정유공장이 드론에 맞았고, 1월 15일에는 네빈노미스크 화학공장이 타격당했다. 이 화학공장은 2025년 6월 이후 다섯 번째로 맞은 것이었다. 6월 3일과 4일에는 크론시타트 해양공장이 파괴되면서 탄약 5,000톤이 함께 사라진 것으로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추정한다.

보급로도 계속 끊기고 있다. 크림반도와 헤르손주를 잇는 촌하르 다리는 6월 7일과 9일 이틀 만에 두 번 맞았고, 북크림운하 일대 교량 여러 개가 6월 7일과 11일에 손상됐다. 6월 11일 아르먄스크 교량 공격으로는 러시아 차량 50대가 파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7월 1일에는 마리우폴–도네츠크 고속도로의 크레메니우카–흐라니트네 다리가 끊겼다.

지휘부도 표적이다. 6월 9일 러시아 미사일포병총국장 다미르 다비도우 중장이 모스크바 근교 발라시하에서 차량 폭탄으로 사망했다. 6월 21일에는 두브나 우주통신센터가 공격받아 짙은 연기가 관측됐다.

러시아 안에서 나오는 압박 신호

전황 발표는 양쪽 다 유리하게 다듬는다. 그래서 발표가 아니라 행정 조치를 보는 게 낫다. 정부가 국민에게 불편한 조치를 내리면, 그건 실제로 뭔가 모자란다는 뜻이다.

8월 3일 러시아는 암호화폐 채굴 금지 지역에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 쿠르스크주 일부를 추가하고 이 조치를 2032년까지 연장했다. 이유로 든 것은 전력 공급 문제다. 수도권 전력이 채굴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발전소가 맞고 변전소가 끊긴 결과가 여기서 드러난다.

바다에서도 같은 종류의 신호가 있다. 7월 11일 돈–아조프 운하와 케르치 해협의 민간 통행 중단은 러시아가 자기 물류를 스스로 멈춘 것이다. 8월 3일 러시아 교통부가 아조프해·흑해 항행 안전 조치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전 조치를 발표한다는 건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제재 쪽 압박도 방식이 바뀌었다. 8월 3일 이탈리아가 주도한 유럽연합 병력이 지중해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에 승선해 검문했다. 서류로 거래를 막던 방식에서 배를 직접 세우는 방식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림자 함대의 운항 비용과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신호들만 보고 붕괴가 임박했다고 읽으면 틀린다. 러시아가 외부에서 무기를 조달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서 거론되지만 공식 확인도 제3자 검증도 없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삼으면 판단이 통째로 흔들린다. 지금 확실한 것은 러시아가 전력과 항행에서 불편한 조치를 스스로 내리고 있다는 사실까지다.

흑해 — 봉쇄하던 쪽이 봉쇄당했다

전쟁 초기에 흑해를 막은 것은 러시아였다. 우크라이나 곡물선이 나가지 못해 세계 밀값이 뛰었다. 2026년 7월에는 정반대 일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해상드론 부대가 7월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동안 선박 90척을 공격했다. 날짜별로 보면 7월 10일 18척(유조선 13척·화물선 3척·페리 1척·지원함 1척), 11일 21척 유조선과 예인선 4척, 12일 14척, 13일 15척, 15일 20척이다. 표적의 대부분이 유조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제재를 피해 러시아 원유를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가 주요 표적이었다.

그림 3 · 7월, 흑해에서 매일 배가 맞았다
0 10 20 30 18 25 14 15 20 7월 10일 7월 11일 7월 12일 7월 13일 7월 15일 단위: 척 · 7월 11일 수치는 유조선 21척과 예인선 4척의 합. 같은 날 러시아가 케르치 해협 민간 통행을 중단했다

막대가 말해주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하루 반짝이 아니라 닷새 내내 열댓 척에서 스물다섯 척씩 맞았다. 배 한 척을 침몰시키는 것보다, 이 바다를 지나면 맞는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시키는 쪽이 효과가 크다. 보험료가 오르고 선주가 항로를 피하면 격침 없이도 물류가 멈춘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7월 11일은 막대가 가장 높은 날인 동시에 러시아가 케르치 해협 민간 통행을 중단한 날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항구를 봉쇄한 게 아니라, 러시아가 스스로 닫았다.

결과가 상징적이다. 7월 11일 러시아가 돈–아조프 운하와 케르치 해협의 민간 선박 통행을 중단시켰다. 자기 앞바다를 자기가 닫은 것이다. 러시아 교통부는 8월 3일에도 아조프해와 흑해에서 항행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다에서는 실제 격침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해군이 이즈미루드 초계정을 침몰시켰고, 7월 16일까지 유조선 여섯 척과 예인선 두 척이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반격하고 있다. 8월 3일 러시아 국방부는 흑해에서 선박 두 척을 추가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실어 내보내는 통로를 다시 조이겠다는 뜻이다. 바다에서 서로의 상선을 때리는 국면으로 들어섰고, 이건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바다를 지나는 배는 남의 나라 배이기도 하다.

제재도 바다로 옮겨왔다. 8월 3일 이탈리아가 주도하는 유럽연합 병력이 지중해에서 제재 대상 러시아 유조선에 직접 올라타 검문했다. 카메룬 국기를 달고 베냉에서 이스탄불로 가던 배였다. 서류로 막던 제재가 물리적 차단으로 바뀌고 있다.

협상은 왜 3년째 안 되나

2026년에도 대화는 있었다. 4월 11일 부활절에 32시간 휴전이 있었고, 5월 9일부터 11일까지 러시아 전승절에 맞춰 사흘 휴전과 포로 교환이 있었다. 6월 5일에는 아랍에미리트 중재로 양쪽이 185명씩 포로를 맞바꿨다.

그런데 이건 전투를 잠깐 멈춘 것이지 전쟁을 끝내는 논의가 아니다. 미국이 중재한 마지막 본격 회담은 2월 제네바였고 그 뒤로 진전이 없다. 7월 8일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따로 만났고 우호적인 발언이 나왔지만, 회담 재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요구하는 것
  • 돈바스 전역 — 아직 점령하지 못한 곳까지 포함해서 넘기라는 요구
  •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 서방 군대의 주둔 불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것
  • 현재 접촉선 기준 협상 — 싸우지 않고 땅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것
  • 실효성 있는 안전보장 — 종이 약속이 아니라 강제력 있는 보장
  • 점령지 주민 송환과 전쟁범죄 책임

두 요구는 산술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러시아는 아직 점령하지 못한 땅까지 달라고 하고, 우크라이나는 이미 뺏긴 땅도 협상 대상이라고 한다. 중간이 없다.

그래서 협상이 열리려면 어느 한쪽이 "이대로 계속하면 더 나빠진다"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 구조에서는 양쪽 다 그 판단을 안 하고 있다. 러시아는 땅을 계속 얻고 있으니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보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경제를 태우고 있으니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본다. 둘 다 자기가 이기는 판을 보고 있으면 협상은 안 열린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담당자가 7월에 드론 공격이 러시아를 휴전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이 구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화로 설득하는 게 아니라 아프게 해서 앉히겠다는 것이다.

정치 — 누가 어느 편에서 무엇을 대고 있나

전쟁의 승패는 전선에서만 정해지지 않는다. 무기와 돈이 어디서 오는지가 더 결정적일 때가 많다. 2026년의 편 가르기는 이렇게 정리된다.

우크라이나 쪽미국 — 관여하지만 거리를 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8일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따로 만나 우호적인 발언을 내놨다. 다만 미국이 중재한 마지막 본격 회담은 2월 제네바였고 그 뒤 진전이 없다. 무기 쪽에서는 미 국방부가 미사일 재고 고갈로 30억 달러 규모 증산에 나섰고 패트리엇 3배·사드 4배 증산을 추진 중이다. 즉 지금 당장 줄 물건이 미국에도 모자란다.

우크라이나 쪽유럽 — 지원에서 공동생산으로

7월 13일 유럽 8개국이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을 만들고 프레이야 체계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같은 날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와 스칼프·아스테르·AASM 하머의 라이선스 생산에 합의했다. 6월 30일에는 스웨덴이 그리펜 E 전투기 16대를 계약했다. 완성품을 보내주던 관계에서 같이 만드는 관계로 옮겨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쪽유럽 — 제재를 물리력으로

8월 3일 이탈리아가 주도하는 유럽연합 병력이 지중해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에 직접 승선해 검문했다. 카메룬 국기를 달고 베냉에서 이스탄불로 가던 배였다. 다만 유럽 안에서도 결이 갈린다. 7월 2일 독일 검찰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인 한 명을 기소했다.

러시아 쪽외부 조달 — 확인되지 않은 변수

러시아의 외부 조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언론에서 거론되지만 공식 확인도 제3자 검증도 없어 이 글은 판단 근거로 쓰지 않는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장을 태우는 전략은 외부 조달 통로가 있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이 통로의 존재 여부가 앞으로 확인되면 전망을 다시 짜야 한다.

중립·중재 —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

7월 8일 나토 정상회의는 앙카라에서 열렸다. 6월 5일 포로 185명씩 맞교환은 아랍에미리트 중재로 성사됐다. 전면 협상은 막혀 있어도 사람을 주고받는 통로는 살아 있다. 이 통로가 끊기면 상황이 한 단계 더 나빠진 것으로 봐야 한다.

러시아 내부 정치도 조용하지 않다. 6월 9일 미사일포병총국장 다미르 다비도우 중장이 모스크바 근교에서 차량 폭탄으로 사망했다. 전선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군 수뇌부가 표적이 됐다는 뜻이다. 8월 3일 암호화폐 채굴 금지를 모스크바까지 확대한 조치는, 전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기록으로 남는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서방의 인내심이다. 러시아가 전선 전체에서 진격 중이라는 인지전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기를 대는 나라들의 여론이 "어차피 질 싸움"으로 기울면, 전선에서 이기지 않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가 바뀌었다 — 무엇으로 싸우고 있나

이 전쟁을 2022년과 같은 무기로 상상하면 지금 벌어지는 일이 이해되지 않는다. 전차와 야포의 전쟁이 드론과 장거리 타격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2026년에 실제로 쓰인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러시아자폭 드론 — 물량으로 미는 축

8월 1일 하루에만 6,659대를 투입했다. 한 대의 정확도나 위력보다 방공망을 숫자로 소모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요격탄 한 발이 드론 한 대보다 훨씬 비싸므로, 막는 쪽이 먼저 지친다.

러시아유도폭탄 — 전선을 미는 실제 힘

같은 날 201발이 쓰였다. 활공 장치를 단 폭탄을 전투기가 먼 거리에서 던지는 방식이라 요격이 어렵다. 하루 18.49제곱킬로미터라는 느린 진격을 그나마 만들어내는 것이 이 무기다.

러시아오레시니크 — 상징용 탄도미사일

1월 8일 리비우에 사용됐다. 전황을 바꾸는 무기가 아니라 서방에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 군사적 효과보다 정치적 효과를 노린 사용이다.

우크라이나장거리 드론 — 정유소를 태우는 주력

모스크바·사라토프·우파·옴스크·시즈란 정유가 전부 이 방식으로 맞았다.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가 고정 표적을 때린다. 러시아 정유 가동률을 42.47%로 끌어내린 것이 이 무기다.

우크라이나해상 드론 — 흑해를 뒤집은 축

7월 6~12일 한 주에 선박 90척을 공격했다. 유조선이 주 표적이었다. 해군 함정 없이 바다를 통제하는 방식이며, 러시아가 케르치 해협을 스스로 닫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스톰섀도 — 공장을 때리는 정밀 타격

6월 22일 보로네시 반도체 부품 공장을 때린 것이 이 순항미사일이다. 이 공장은 순항미사일과 판치르-S1 방공 시스템의 전자부품을 만든다. 무기를 만드는 곳을 때리는 표적 전환의 상징이다.

우크라이나이퀄라이저 — 6월 24일 첫 실전

새 활공폭탄이 실전에 처음 쓰였다. 우크라이나가 받은 무기를 쓰는 단계에서 자기 무기를 내놓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방공 쪽에서도 서로의 눈을 뽑는 싸움이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7월 6일 브랸스크주에서 S-400 포대를 파괴했고, 7월 29~30일에는 헤르손주에서 판치르-S1 방공 시스템을 때렸다. 러시아 방공망에 구멍을 내야 장거리 드론이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Mi-28 공격헬기를 드론에 잃었다.

항공기 손실은 러시아 쪽이 더 아프다. 7월 1일과 3일 사키 공군기지에서 격납고 다섯 동과 전투기 일곱 대가, 7월 16~17일 엥겔스-2에서 Tu-95 전략폭격기가 파괴됐다. Tu-95는 대체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종이다. 소련 시절에 만든 물건을 쓰고 있어서, 한 대가 사라지면 그만큼 영구히 줄어든다.

무기 셈법이 뒤집힌 지점

드론 한 대 값은 요격 미사일 한 발 값보다 훨씬 싸다. 그래서 쏘는 쪽이 유리하고 막는 쪽이 불리하다. 러시아가 하루 6,659대를 던지는 것도, 우크라이나가 값싼 드론으로 정유소를 태우는 것도 같은 셈법 위에 있다.

이 구조에서 이기려면 두 가지 중 하나가 필요하다. 더 싸게 막거나, 아예 만드는 곳을 멈추거나. 지금 양쪽 다 두 번째를 택하고 있다. 그래서 표적이 전선에서 공장·발전소·정유소로 옮겨갔다.

우크라이나의 약한 고리 — 요격 미사일과 내부 정치

우크라이나가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군데가 흔들린다.

첫째는 방공이다. 7월 6일 러시아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19명, 키이우주에서 9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패트리엇 요격탄이 부족해 요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러시아 정유소를 태워도, 자기 수도의 방공망이 뚫리면 그건 다른 종류의 패배다.

이 부족은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국방부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이어진 전쟁으로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자 30억 달러 규모의 미사일 생산 증설을 발표했고, 패트리엇을 세 배, 사드를 네 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 부족한 것을 늘리는 데도 몇 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러시아 쪽 재고 사정은 확인이 어렵다. 외부 조달 가능성이 언론에서 거론되지만 양측 어느 쪽도 공식 확인한 바 없고 제3자 검증도 없다. 이 글에서는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추정이라 판단 근거로 쓰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우크라이나 쪽 요격탄 부족이 실제 인명 피해로 확인됐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둘째는 내부 정치다. 7월 15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을 해임했다. 다음 날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해임에 항의하며 총사령관 시르스키의 해임을 요구했다. 1월에도 말류크 보안국장이 사퇴했고 부다노우 정보국장이 대통령실장으로 옮기는 개편이 있었다.

전시에 지휘부가 자주 바뀌는 것 자체가 위험 신호다. 3년 반을 버틴 사회의 피로가 정치로 새어 나오고 있다고 읽는 게 자연스럽다.

우크라이나가 무기 만드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덜 알려졌지만 판을 바꿀 수 있는 변화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받는 나라에서 만드는 나라로 옮겨가고 있다.

7월 1일 우크라이나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자국산 무기의 수출을 허용했다. 전쟁 중인 나라가 무기를 판다는 것은, 자기가 쓰고도 남을 만큼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전에서 검증된 드론 기술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물건이기도 하다.

국제 공동생산도 늘었다. 7월 13일 프랑스와 우크라이나가 스칼프 순항미사일·아스테르 요격미사일·AASM 하머 활공폭탄의 라이선스 생산에 합의했다. 같은 날 유럽 8개국이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을 만들고 프레이야 체계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6월 30일에는 스웨덴에서 그리펜 E 전투기 16대를 계약했다.

7월 10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합동신속대응군과 장거리타격사령부를 새로 만들었다. 장거리 타격을 임시 작전이 아니라 상설 조직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러시아 정유소와 유조선을 때리는 일이 앞으로 더 체계적으로, 더 자주 벌어질 구조가 됐다.

전쟁이 국경 밖으로 새는 통로

이 전쟁이 두 나라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신호가 2026년에 여러 번 나왔다. 각각은 작은 사건이지만 방향이 같다.

첫째, 나토 회원국 영토다. 6월 5일 우크라이나 해상드론 한 대가 표적을 벗어나 루마니아 콘스탄차 항구에서 폭발했고 1,300명이 대피했다. 루마니아는 나토 회원국이다. 의도한 공격이 아니었지만, 흑해에서 무인 병기가 늘어날수록 이런 사고의 확률도 같이 올라간다.

둘째, 제3국의 참전 위협이다. 8월 4일 이란군 고위 장성은 "우크라이나 세 곳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우크라이나가 사과한 뒤 취소했다"고 밝혔다. 발언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중동의 군사 주체가 이 전쟁을 자기 문제로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셋째, 주변국 에너지 위기다. 러시아 정유가 멈추자 러시아산 연료에 의존하던 나라들이 먼저 흔들린다. 타지키스탄은 연료 부족에 빠져 중국 등과 수입 협상에 들어갔다. 타지키스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자국에 약 60일분 재고가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소를 때리면 중앙아시아에서 기름이 모자라는 구조다.

넷째, 법정이다. 7월 2일 독일 검찰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인 세르히 쿠즈네초우를 기소했다. 전쟁 중의 행위가 유럽 법정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뜻이고, 이는 유럽 내 여론에 영향을 준다.

이 네 가지는 아직 전쟁의 판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확전은 대개 계획이 아니라 사고에서 시작된다. 흑해에 무인 병기가 늘고 상선이 표적이 되는 지금 구조에서는, 나토 회원국 선박이나 항구가 피해를 입는 사고의 확률이 계속 쌓인다.

민간인 피해 — 숫자 뒤에 있는 것

이 전쟁의 성격을 한 줄로 줄이면 서로의 도시를 때리는 전쟁이다. 전선에서 하루 18제곱킬로미터를 다투는 동안, 후방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2026년 1월 1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흐를리의 호텔들을 때려 새해를 맞던 민간인 28명이 사망했다. 1월 9일 러시아 공습으로 키이우에서 4명이 숨졌고 카타르 대사관 건물이 파손됐다. 2월 1일에는 테르니우카에서 버스가 맞아 광부 1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6월 1일과 2일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24명이 숨졌는데 그중 17명이 드니프로에서 나왔다. 6월 14일과 15일 키이우·하르키우·드니프로 공습으로 9명이 숨졌고, 이때 성모안식 대성당, 도우젠코 영화 스튜디오, 하르키우 미술관 같은 문화 시설이 함께 파손됐다.

가장 큰 피해는 7월에 나왔다. 7월 2일 키이우 공습으로 31명이 숨지고 102명이 다쳤으며 30곳 넘는 시설이 파손됐다. 7월 6일에는 키이우에서 최소 19명, 키이우주에서 9명이 숨졌고, 앞서 적었듯 요격 미사일 부족으로 막지 못했다.

러시아 쪽 민간 피해도 늘고 있다. 8월 3일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이 겔렌지크 해변을 때려 4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7월 3일과 4일 벨고로드 정전으로는 도시 대부분의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이 숫자들을 적는 이유는 하나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를 따지는 분석이 이 피해를 배경 소음으로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정유 가동률 42%는 지표지만, 그 지표를 만든 방법은 사람이 죽는 일이다. 협상이 열려야 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시장은 이 위험을 가격에 넣지 않고 있다

여기서 이상한 일이 나온다. 러시아 정유가 절반 넘게 멈췄고 흑해에서 유조선이 매주 수십 척씩 맞는데, 기름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브렌트유 90.12 → 83.03 달러 -7.9%
WTI 84.67 → 78.85 달러 -6.9%
금 4,107.00 → 4,085.50 달러 -0.5%
원/달러 1,446.00 → 1,427.60 원 -1.3%

8월 2일 대비 8월 3일 종가 기준. 8월 4일 새벽까지는 브렌트가 83달러대, WTI가 80달러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장중 값은 계속 바뀌므로 이 글은 종가만 확정 수치로 쓴다.

그림 4 · 정유가 반쯤 멈췄는데 기름값은 오히려 빠졌다
76 81 86 91 83.03 78.85 7/28 7/29 7/30 7/31 8/3 8/4 브렌트유 WTI 단위: 달러/배럴 · 8월 3일 급락 원인은 전쟁이 아니라 중동 긴장 완화와 OPEC+ 증산이다

붉은 선이 브렌트, 파란 점선이 WTI다. 7월 말까지 90달러 근처에 있다가 8월 3일 한 번에 꺾였다. 이 꺾임은 전쟁과 무관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 계획을 취소했고, 하루 전 OPEC+ 7개국이 9월 증산을 결정했다.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시장이 러시아 정유 42%를 가격에 넣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넣었다면 이 정도 악재에도 이만큼 빠지지 못한다. 원유는 계속 나오니 원유값은 눌리고, 정작 모자라는 완제품 부족은 정유사 마진에만 조용히 쌓인다. 국내 정유사 실적이 그 증거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동이다. 8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주변국의 요청을 받아 이란 공습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히면서 기름값이 하루 만에 6% 넘게 빠졌다. 다른 하나는 공급이다. 8월 2일 사우디·러시아 등 7개국 회의에서 9월 생산 목표를 하루 18만 8천 배럴 더 올리기로 하면서, 2023년에 줄였던 하루 165만 배럴 규모 자발적 감산의 단계적 해제가 9월로 마무리된다.

즉 시장은 지금 중동 리스크가 줄었고 공급은 늘어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러시아 정유 가동률이 42%라는 사실은 가격에 거의 반영돼 있지 않다.

이게 방심인지 합리적 판단인지는 나뉜다. 합리적이라고 보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정유소가 멈춰도 원유 자체는 계속 나온다. 오히려 러시아가 국내에서 정제하지 못하면 원유를 그대로 수출하게 되니 원유 공급은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부족해지는 것은 원유가 아니라 휘발유·경유·항공유 같은 완제품이다.

이 해석을 뒷받침하는 숫자가 국내에 있다.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9,650억 원이었고, 특히 윤활 부문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냈다. 회사가 설명한 배경에 러시아 정유설비 가동 중단과 러시아의 항공유·경유 수출 제한이 들어간다. 원유값은 빠지는데 정제마진은 좋아지는 구조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는 게 낫다. 위 실적은 이미 발표된 확정 수치이고, 그 배경 설명도 회사가 밝힌 것이다. 반면 "앞으로 정제마진이 계속 좋을 것"은 확정이 아니라 전망이다. 둘을 섞어 읽으면 안 된다.

앞으로 — 세 갈래와 각각의 방아쇠

미래를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어떤 신호가 나오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를 정리하는 게 쓸모 있다. 아래 확률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 위에서 매긴 판단이고, 신호가 바뀌면 같이 바뀌어야 하는 숫자다.

55% 지금 이대로 계속

러시아는 하루 15~20제곱킬로미터씩 밀고, 우크라이나는 정유와 유조선을 계속 태운다. 협상은 열리지 않고 산발적 단기 휴전만 반복된다.

확인 신호 — 러시아 정유 가동률이 40~50%대에서 오르내림 / 미국 중재 회담이 재개되지 않음 / 러시아 진격 속도가 월별로 크게 변하지 않음

25% 러시아가 먼저 접는다

정유·발전·해운 손상이 누적돼 전쟁 수행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러시아가 돈바스 전역 요구를 접고 접촉선 기준 협상으로 내려온다.

확인 신호 — 정유 가동률이 40% 아래로 내려가 몇 달 지속 / 러시아 국내 휘발유·경유 배급 제한 / 케르치 해협 통행 중단 장기화 / 러시아가 협상 전제조건을 낮추는 발언

20% 우크라이나가 먼저 꺾인다

요격 미사일 부족이 해소되지 않아 도시 피해가 커지고, 내부 정치 갈등이 전선 지휘까지 흔든다. 서방 지원 여론이 식으면서 불리한 조건의 협상으로 밀린다.

확인 신호 — 패트리엇 요격 실패로 인한 대량 인명 피해 반복 / 총사령관 교체나 대규모 시위 확산 / 유럽 주요국의 지원 예산 삭감 / 미국의 무기 인도 지연

세 갈래 모두에서 공통으로 봐야 할 지표가 하나 있다. 러시아 정유 가동률이다. 이 숫자가 40% 아래로 더 내려가면 두 번째 갈래의 확률이 올라가고, 60% 위로 회복되면 첫 번째나 세 번째 쪽으로 기운다. 전선 지도보다 이 숫자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반대로 이 글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하는 조건도 적어둔다. 러시아 정유 가동률이 두 달 안에 70% 위로 회복되면, 우크라이나의 심층 타격이 일시적 소란이었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두 개의 전쟁" 구도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한국에는 어떤 경로로 오나

이 전쟁이 한국 시장에 닿는 길은 세 개다. 각각 성격이 다르다.

1. 정유·화학 — 이미 실적으로 나왔다

러시아 정유가 멈추면 세계 시장에서 휘발유·경유·항공유가 모자란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한국·중동·인도의 정유사다. 에쓰오일 2분기 영업이익 9,650억 원과 윤활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이 그 결과다. 미국 정제설비가 높은 가동률인데도 휘발유 재고가 역사적 저점까지 줄었고, 유럽 폭염으로 발전용 수요까지 늘었다.

주의 — 원유값과 정제마진은 방향이 다를 수 있다. 기름값이 빠졌다고 정유사 실적이 나빠지는 게 아니다. 반대로 전쟁이 끝나 러시아 정유가 정상화되면 지금의 마진이 먼저 사라진다.

2. 방산 — 재고 고갈이 만든 수요

미 국방부가 30억 달러 규모 미사일 증산에 나섰고 패트리엇 3배·사드 4배 증산을 추진 중이다. 유럽 8개국은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을 만들었고,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와 미사일 라이선스 생산에 합의했다. 전 세계가 동시에 재고를 채우려 하는데 생산 능력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주의 — 수요가 커진 것과 우리 기업이 그 수요를 가져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제 계약 공시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기대일 뿐이다.

3. 곡물·해운 — 아직 조용하지만 방아쇠가 있다

흑해에서 서로의 상선을 때리는 국면이 이어지면 곡물 수출과 해상 보험료가 흔들린다. 8월 3일 러시아가 흑해에서 선박 2척을 추가 공격했고, 러시아 교통부는 항행 안전 조치를 발표했다. 아직 곡물 가격이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주의 — 이 경로는 평소에 조용하다가 한 번에 움직인다. 우크라이나 곡물선이 실제로 격침되는 사건이 나오면 그때는 이미 늦다.

정리

지도를 보면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 하루 18.49제곱킬로미터씩, 3년 반째 밀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정유는 설계 능력의 42.47%만 돌아가고, 자기 앞바다의 해협은 스스로 닫았고, 전략폭격기는 자기 기지에서 불탔다. 우크라이나는 땅을 잃으면서 상대의 국가 기능을 갉아먹는 쪽을 택했고, 그 방식이 실제로 먹히고 있다.

협상이 안 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쪽 다 자기가 이기는 판을 보고 있다. 러시아는 지도를 보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 가동률을 본다. 둘 중 하나가 자기 그림을 포기해야 대화가 열린다.

시장은 이 위험을 거의 가격에 넣지 않았다. 브렌트는 83달러로 오히려 빠졌고, 그 이유는 중동 긴장 완화와 OPEC+ 증산이라는 다른 사정이다. 이 상태에서 완제품 부족은 조용히 쌓이고 있고, 그 결과가 국내 정유사 실적으로 먼저 나타났다.

앞으로 볼 숫자는 전선 지도가 아니라 러시아 정유 가동률이다. 40% 아래로 더 내려가면 전쟁의 끝이 당겨지고, 70% 위로 회복되면 이 글의 틀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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