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21일 동안 벌어진 일
2026년 이란 전쟁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 타격과 이란 및 대리 세력의 보복이 맞물리며 확대된 국제전이다. 한국 증시에 직접적인 충격이 시작된 시점은 미국의 이란 타격이 재개된 7월 8일 전후다. 그로부터 오늘까지가 정확히 3주다.
이란전 21일 — 유가와 KOSPI의 궤적2026-06-01 ~ 2026-07-27 · 좌축 KOSPI 포인트, 우축 브렌트유 달러/배럴
균열 하나
지수를 −28% 무너뜨린 건 전쟁이 아니다
KOSPI는 6월 22일 9,114.55에서 7월 20일 6,516.27까지 −28.51% 빠졌다. 한 달 만의 낙폭이다. 이 정도면 전쟁 탓으로 설명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날짜를 맞춰보면 순서가 맞지 않는다.
6/1 → 7/2
브렌트 96.89 → 70.90달러 −26.8%
KOSPI 8,788.38 → 7,648.09 −13.0%
유가가 26% 빠지는 동안 지수도 13% 빠졌다.
7/2 → 7/24
브렌트 70.90 → 97.71달러 +37.8%
KOSPI 7,648.09 → 6,690.62 −12.5%
유가가 38% 오르는 동안에도 지수는 12.5% 빠졌다.
유가가 내려도 올라도 KOSPI는 빠졌다.
유가는 이번 하락의 설명변수가 아니다. 방아쇠였을 뿐 총알이 아니었다.
총알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KOSPI 시가총액의 대략 절반을 차지한다. 6월 22일 고점 대비 삼성전자 −29.4%, SK하이닉스 −39.7%다. 지수 하락률 −28.5%와 거의 같은 크기다. 7월 16일 SK하이닉스가 하루에 11.5% 빠졌을 때 지수는 6.37% 밀리며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들어 사이드카는 37회 발동됐다. 2000년부터 2025년까지 26년간 누적 6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절반이라는 수치와 사이드카 횟수는 자체 DB가 아니라 외부 보도를 근거로 했다.
고점(6/22) 대비 낙폭 — 지수 vs 반도체 vs 에너지2026-07-24 종가 기준, KRX
막대 길이는 절대 변동폭에 비례. 붉은색 상승, 파란색 하락.
KOSPI 지수의 방향을 예측한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방향을 예측한다는 말과 거의 같다. 중동 뉴스로 지수를 판단하면 설명변수를 잘못 고른 것이다. 반대로 AI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판단이 서면 지수 판단의 절반은 끝난다.
균열 둘
전쟁이 터졌는데 방산주가 빠졌다
가장 반직관적인 결과다. 미국이 이란을 타격한 7월 7일부터 7월 24일까지, 실제 전쟁이 격화되는 3주 동안 한국 방산주는 전부 하락했다.
전쟁 3주간 수익률 — 방산 vs 에너지2026-07-07 → 2026-07-24 종가, KRX
이유는 두 갈래로 추정된다. 첫째, 한국 방산의 수주는 중동 실전 소모가 아니라 각국 정부의 예산·계약 사이클을 따라 잡힌다. 이란전이 몇 주 격화된다고 발주가 곧바로 늘지는 않는다. 이 부분은 해석이며 개별 수주 데이터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둘째, 이쪽은 숫자로 확인된다. 시장이 방산주에 매겨놓은 PER이 이미 높다. 한화시스템이 80.81배, LIG넥스원이 53.92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0.75배다. 지수가 한 달에 28% 빠지는 국면에서는 이렇게 PER이 높은 종목부터, 뉴스가 좋든 나쁘든 먼저 깎인다.
더 결정적인 건 오늘이다. 휴전 시사로 유가가 빠지는 오늘 아침, 방산주는 또 빠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39%, 한화시스템 −3.52%, LIG넥스원 −2.36%다.
전쟁에도 안 오르고 휴전에도 빠진다.
이번 사이클에서 한국 방산주는 지정학 이벤트에 양방향으로 손해를 봤다. 전쟁 뉴스는 방산주 매수 근거가 되지 못했다.
균열 셋
"유가 수혜주"는 통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가 이 리포트의 핵심이다. 시가총액 상위 300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브렌트유 일간 등락률과 각 종목 일간 등락률의 상관계수를 계산했다. 표본은 40거래일이다.
결과는 한 줄로 요약된다. 상관계수가 양(+)으로 의미 있는 종목이 단 하나도 없었다. 300종목 중 최고값이 0.117이다. 40개 표본에서 이 정도는 통계적으로 0과 구분되지 않는다.
S-Oil
−0.143
유가 상승일에 오히려 같이 하락
GS
−0.255
정유 지주사도 음(−)의 상관
SK이노베이션
−0.275
전쟁 3주간 +25.3% 올랐는데도
정유주조차 유가가 오르는 날 같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유는 단순하다. 유가가 급등하는 날은 곧 시장이 급락하는 날이다. 시장 베타가 유가 민감도를 통째로 덮어버린다. 절대수익 기준으로 보면 유가 상승은 한국 증시 전 종목에 악재다.
그래서 시장을 걷어냈다
진짜 유가 노출을 보려면 지수 수익률을 뺀 초과수익으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종목 일간수익률에서 KOSPI 일간수익률을 뺀 값을, 브렌트 일간수익률에 회귀시켰다. 이렇게 하면 "유가가 오른 날, 시장 대비 얼마나 더 잘 버텼는가"가 나온다.
시장중립 유가베타 vs 전쟁 3주 수익률가로축: KOSPI 제거 후 브렌트 상관계수 (n=40) · 세로축: 2026-07-07→07-24 수익률
유가가 오를 때 정유주를 사면 시장은 이기지만 돈은 잃을 수 있다.
"유가 수혜주"라는 표현은 롱숏 전략에서만 성립한다. 절대수익 계좌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해운이 1위인 이유는 비용이 아니라 운임 때문이다. 호르무즈·홍해가 막히면 유류비가 오르는 것보다 운임이 더 크게 뛴다. HMM은 전쟁 3주간 +10.5%, 6월 고점 대비로도 +10.7%다. 지수가 고점 대비 −26%인 구간에서 고점 위를 지킨 종목군에 들어가면서, 동시에 시장중립 유가 상관 1위라는 조건을 함께 만족한다. HMM의 PBR은 0.74배, PER은 14.16배라 값이 비싸게 매겨져 있지도 않다.
균열 넷
오늘의 낙폭을 정한 건 유가 민감도가 아니었다
휴전 시사로 유가가 4.88% 빠진 오늘 아침, 상식대로라면 유가 민감도가 높은 종목이 가장 크게 빠져야 한다.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유가 민감도 · 전쟁기간 상승폭 · 오늘 낙폭실시간 시세 2026-07-27 09:46 KST 장중 스냅샷
많이 오른 순서대로 빠졌다. 유가와의 관련성은 낙폭과 무관했다.
유가에 얼마나 민감한 종목이냐가 아니라, 3주 동안 얼마나 올라 있었느냐가 오늘의 낙폭을 정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건 이 규칙의 예측력이다. 규칙이 맞다면, 3주간 크게 올랐는데 오늘 아직 덜 빠진 종목이 다음 순서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42.5%), SK오션플랜트(+25.6%)이 그 후보군에 들어간다. 다만 이 두 종목의 오늘 시세는 본 리포트 작성 시점에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판단 전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오늘 가장 많이 오른 대한항공(+5.70%)의 시장중립 유가베타는 +0.055다. 사실상 0이다. 지난 40거래일 데이터에는 "유가가 내리면 대한항공이 시장을 이긴다"는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시장은 통계가 아니라 서사로 항공주를 샀다. 서사 매매는 되돌림도 빠르다.
균열 다섯
현대로템 −15%는 휴전 때문이 아니다
오늘 방산주 하락폭을 보면 하나가 유독 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39%, 한화시스템 −3.52%, LIG넥스원 −2.36%인데 현대로템만 −15.03%다. 세 배 이상이다.
원인은 전쟁이 아니라 실적이다. 현대로템은 7월 24일 장 마감 후 연결 기준 2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시장 전망치와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현대로템 2026년 2분기 잠정실적 vs 시장 전망단위 억원 · 잠정치 DART 공시, 전망치는 시장 전망치 평균
오늘 방산 하락을 전부 휴전 탓으로 읽으면 오독이다.
현대로템은 실적 미스, 나머지는 프리미엄 되감기다. 원인이 다르면 회복 경로도 다르다.
이 구분이 실전에서 중요한 이유는 회복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되감기는 지정학 뉴스가 다시 뒤집히면 되돌아온다. 실적 미스는 다음 분기 숫자가 나와야 해소된다. 현대로템의 다음 확인 시점은 8월 13~14일 분기·반기보고서다.
Actionable
정리 — 데이터가 남긴 엣지 5개
지수 판단에서 중동 뉴스를 빼라
유가가 26% 빠진 구간과 38% 오른 구간에서 KOSPI는 둘 다 12~13% 하락했다. 유가는 지수의 설명변수가 아니다. 지수 방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이 결정한다.
지수 뷰 = AI 메모리 사이클 뷰전쟁 뉴스로 방산주를 사지 마라
이번 사이클에서 방산 5종목은 전쟁 격화 3주간 전부 하락했고(−1.3%~−15.0%), 휴전 시사 당일에도 하락했다(−2.36%~−4.39%). 시장중립 유가베타도 전부 음수다. 지정학 이벤트에 양방향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정학 이벤트 ≠ 방산주 매수 근거유가에 민감한 종목을 원하면 해운·가스를 먼저 보라
시장을 걷어낸 유가 상관은 HMM 0.298, 한국가스공사 0.234, S-Oil 0.132 순이다. 통념과 순서가 다르다. 단 오늘 HMM은 −0.92%로 이미 시장이 이 관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HMM PBR은 0.74배 · PER은 14.16배되감기의 순서는 상승폭 순이다
오늘 낙폭 순서(SK이터닉스 −19.04 > OCI −14.80 > SK이노 −5.30 > S-Oil −4.56 > HMM −0.92)는 유가베타 순서가 아니라 전쟁기간 상승폭 순서와 일치했다. 되감기 리스크는 논리적 연결고리가 아니라 누적 상승폭으로 재라.
위험지표 = 누적 상승폭같은 날 같은 섹터라도 원인을 분리하라
현대로템 −15.03%는 영업이익이 전망을 14.1% 밑돈 실적 미스다. 나머지 방산주의 −2~4%와 성격이 다르다. 하나의 뉴스로 섹터 전체를 묶어 읽으면 회복 시점을 잘못 잡는다.
확인 시점 8월 13~14일Falsification
이 분석이 틀리는 조건
- 오늘 상황은 합의된 휴전이 아니라 이란의 조건부 중단 시사다. 미국이 타격을 재개하면 즉시 무효다.
-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화물 20% 수수료 방침이 유지되면 물류 비용은 전쟁과 무관하게 남는다.
- 홍해 후티 공격은 이란의 직접 통제 밖 변수다.
- 상관계수 표본은 40거래일이다. 레짐이 바뀌면 베타도 바뀐다.
- 풋콜비율은 7월 20일 6.826으로 극단을 기록했고 그날이 저점이었지만, 축적된 표본이 52개뿐이라 신호로 쓰지 않았다. 우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오늘 시세는 09:46 장중 스냅샷이다. 종가가 아니다.
다음 확인 지점
FOMC 금리 결정. 유가 하락은 물가 압력을 낮춰 지수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현대로템 분기·반기보고서. 실적 미스의 성격 확인.
미국의 이란 타격 재개 여부. 되감기 전제의 유일한 축.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업황. 지수의 실질 변수.
본 리포트의 시세·재무 수치는 한국거래소(KRX) 일별 시세, 실시간 체결가, DART 잠정실적 공시, 시장 전망치 및 stooq 원자재·환율 데이터를 BruDash PostgreSQL에 적재한 값을 사용했다. 상관계수는 2026년 브렌트유 일간 등락률과 각 종목 일간 등락률의 40거래일 표본 기준이며, 시장중립 값은 종목 수익률에서 KOSPI 수익률을 차감한 초과수익을 사용했다. 일간 ±28%를 초과하는 이상치는 제외했다. 지정학 사건 서술은 공개 보도를 근거로 했다.
본 문서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과거 수익률과 통계적 관계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