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0 · Final View
결론부터 — 시장은 아직 운임이 오른 걸 계산에 넣지 않았다
"현재가는 지난 1년 이익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가격이다. 운임은 이미 두 배가 됐다"
후행 주당순이익 1,529원에 PER 14.16배가 붙어 있다. 이 PER이 요구하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 유지다. 지난 네 분기에 번 순이익 약 1조 4,900억원이 앞으로도 반복되면 지금 가격이 설명된다. 그런데 컨테이너 운임 지표는 중동 사태 이전 대비 두 배 넘게 뛰었고, 하반기 계약 운임은 그 인상분을 반영해 7월 초에 체결됐다. 가격에는 옛 운임이, 손익계산서에는 새 운임이 들어온다. 종목 분류는 저평가 회복. 먼저 볼 일정은 3분기 실적이다.
이 지도의 특징은 아래가 얕다는 점이다. Bear 16,940원(-21.8%)은 순자산의 0.62배까지 밀리는 가격인데, 그러려면 운임이 3분기 안에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반대로 위쪽 Bull 25,970원(+20.0%)은 순자산의 0.95배로, 여전히 장부가 아래다. 오르는 쪽 시나리오조차 순자산을 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종목의 성격을 말해 준다.
결론의 근거를 세 장으로 압축한다.
오를 확률이 더 높다
확률가중 적정가 약 23,440원(+8.3%). 시나리오 확률의 80%(Base·Bull·Super)가 현재가보다 위에 있다. 방향은 위쪽이 우세하다고 본다.
운임 상승 0의 가격
현재 시가총액을 후행 PER 14.16배로 정당화하는 순이익은 1조 4,900억원. 지난 네 분기 실적 그대로다. 자체 추정 2조 1,800억원 대비 -32%가 가격에 접혀 있다.
3분기 실적 · 휴전
위로는 3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느냐. 아래로는 중동 항로가 정상화되며 운임이 되돌려지는 경우다. 확인 전까지 확률은 고정한다.
컨테이너 운임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그때그때 배에 실을 때 매기는 스팟 운임과, 화주와 1년 단위로 미리 정하는 계약 운임이다. 스팟이 먼저 뛰고 계약이 나중에 따라간다. 계약 갱신 시점에 스팟이 높으면 그 수준이 1년 동안 손익계산서에 고정된다. 그래서 해운주는 운임 자체보다 갱신 시점이 언제였는지가 중요하다.
Chapter 01 · The Collapse
이익이 6분의 1이 됐던 이유
먼저 이 회사가 어떤 진폭을 가진 회사인지부터 봐야 한다. 2023년 영업이익은 5,848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3조 5,128억원, 영업이익률 30.02%. 2025년에는 다시 1조 4,61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매출은 8.40조에서 11.70조, 다시 10.89조로 움직였을 뿐인데 이익은 6배 뛰었다가 3분의 1로 줄었다. 매출은 거의 그대로인데 이익만 요동친다는 것은 원가가 고정돼 있고 판매 단가만 움직인다는 뜻이다.
분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 억원 · 확정 실적
막대에서 볼 것은 바닥의 위치다. 운임이 평범할 때 이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은 2,300억~3,200억원, 영업이익률은 9~12%다. 운임이 뛰면 분기 1조원까지 간다. 바닥과 천장이 네 배 이상 벌어지는 구조이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판매량이 아니라 단가다. 여섯 분기 동안 매출이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원가를 뜯어보면 이 진폭이 왜 생기는지 보인다. 해운 원가는 크게 셋이다. 배값에서 나오는 감가상각과 용선료, 항해에 드는 연료비와 항비, 그리고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하역비다. 앞의 둘은 화물을 싣든 안 싣든 나가고, 셋째만 물량에 따라 움직인다. 고정비 비중이 높으니 손익분기점 위로 올라간 운임은 거의 전액이 이익이 되고, 밑으로 내려간 운임은 거의 전액이 손실이 된다. 영업이익률이 8.89%와 31.70% 사이를 오간 것은 경영의 결과가 아니라 이 원가 구조의 결과다.
2025년 이익이 무너진 이유는 단순하다. 홍해 항로가 부분적으로 회복되면서 배들이 아프리카를 돌아가지 않게 됐고, 운항 거리가 줄자 같은 선복으로 더 많이 실을 수 있게 됐다. 공급이 늘면 운임이 빠진다. 여기에 2023~2024년에 발주된 신조선이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공급 압력이 겹쳤다. 해운의 사이클은 늘 이렇게 돌아간다.
원/달러 1,463.1원(2026-07-26). 운임은 달러로 받고 결산은 원화로 한다. 환율이 높을수록 같은 운임이 더 큰 원화 매출로 잡힌다.
국제 유가 배럴당 89.31달러(2026-07-26). 연료비는 해운 원가의 큰 축이다. 중동 리스크는 운임을 올리는 동시에 연료비도 올린다. 순효과를 따로 계산해야 한다.
컨테이너 운임 지표가 중동 리스크 이전 대비 약 130% 상승했고 상반기 대비로는 두 배를 넘겼다는 것이 복수 리서치의 정리다. 하반기 계약이 7월 초에 그 수준으로 체결됐다.
세 카드가 이번 국면의 손익을 정한다. 운임과 환율은 이익을 밀어 올리고 유가는 끌어내린다. 다만 크기가 다르다. 운임은 두 배로 뛰었고 유가는 작년 대비 수십 퍼센트 수준의 상승이다. 순효과는 명확히 플러스인데, 그 플러스가 손익계산서에 나타나는 시점이 3분기다.
Chapter 02 · Business Anatomy
무엇을 실어 나르는 회사인가
본업은 두 갈래다. 하나는 컨테이너선. 아시아에서 만든 공산품을 미주와 유럽으로 나른다. 다른 하나는 벌크선으로, 철광석·석탄·곡물 같은 원자재와 원유를 싣는다. 매출의 대부분은 컨테이너에서 나오고, 이익의 진폭도 컨테이너가 만든다. 벌크는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이익이 완만하다.
이 사슬에서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갈린다. 1번의 선박은 몇 년 전 결정이 지금 인도되는 구조라 단기 조절이 안 된다. 2번의 항로도 얼라이언스 안에서 정해진다. 3번의 운임은 시장이 정한다. 실제로 경영이 손대는 부분은 4번의 부가 마진과, 스팟과 계약의 비중을 어떻게 섞느냐 정도다.
그래서 해운주 분석은 회사 분석이 절반, 시황 분석이 절반이다. 같은 배로 같은 항로를 도는데 어떤 해에는 3조를 벌고 어떤 해에는 6천억을 번다. 경영진이 잘해서가 아니라 운임이 그래서다. 다만 완전히 무력한 것은 아니다. 계약 갱신 시점에 스팟이 높으면 그 이익을 1년 고정할 수 있고, 이번 7월 초 갱신이 정확히 그 자리였다.
돈이 도는 순서도 짚어야 한다. 배는 미리 사거나 빌려 두고, 연료는 항해 전에 채우고, 운임은 화물을 실으면서 받는다. 고정비가 앞에 깔리고 매출이 뒤에 붙는 구조라, 운임이 손익분기점 위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초과분이 거의 그대로 이익이 된다. 반대로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도 그대로 쌓인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8.89%와 31.70% 사이를 오간 이유가 여기 있다.
얼라이언스라는 장치도 이해해야 한다. 원양 컨테이너 노선은 선사 몇 곳이 동맹을 맺어 서로의 배에 화물을 나눠 싣는다. 혼자서는 주 몇 회의 배차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인데, 이 구조 덕분에 중위권 선사도 대형 선사와 비슷한 서비스 빈도를 제공할 수 있다. 대신 노선과 기항지 결정에서 발언권이 줄고, 동맹 재편이 있을 때마다 경쟁 위치가 흔들린다. 해운주에 동맹 관련 뉴스가 나올 때 주가가 반응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터미널과 육상 물류는 이익의 완충재다. 항만에 지분을 갖고 있으면 자기 배가 접안할 때 하역료를 안에서 돌릴 수 있고, 남는 처리능력은 다른 선사에 판다. 운임이 빠져도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 이번 29조원 계획에 해외 거점 터미널 확보가 들어간 것도 그 완충재를 두껍게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지금 손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로 확인할 자료가 없어, 이 글의 가치 평가에는 별도 가치로 반영하지 않았다.
경쟁 구도는 소수의 글로벌 선사가 항로를 나눠 갖는 형태다. 세계 상위 선사들은 규모의 경제와 항로망을 무기로 쓰고, HMM은 그 안에서 중위권에 위치한다. 규모가 작으면 협상력이 약하고 노선 밀도가 낮다. 5년간 29조원을 쓰겠다는 계획은 이 위치를 바꾸겠다는 선언인데, 그 대가는 다음 장들에서 계산한다.
Chapter 03 · Quality of Earnings
이익의 질 —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크다
이 회사의 특이점은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크다는 것이다. 2025년 영업이익 1조 4,612억원에 순이익 1조 8,787억원으로 128.6%, 2024년에는 3조 5,128억원에 3조 7,821억원으로 107.7%, 2026년 1분기에도 2,691억원에 3,536억원으로 131.4%다. 제조업에서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영업 바깥에 이익원이 있다는 뜻이고, 해운에서는 대개 이자수익과 환차익이다.
- 2023년 매출 8조 4,010억 · 영업이익 5,848억 · 순이익 9,687억
- 2024년 매출 11조 7,002억 · 영업이익 3조 5,128억 · 순이익 3조 7,821억
- 2025년 매출 10조 8,914억 · 영업이익 1조 4,612억 · 순이익 1조 8,787억
- 2023년 자산 25.71조 · 자본 21.44조 · 부채비율 19.9%
- 2024년 자산 33.85조 · 자본 27.86조 · 부채비율 21.5%
- 2025년 자산 33.56조 · 자본 26.57조 · 부채비율 26.3%
오른쪽 숫자가 이 종목이 덜 빠지는 이유를 만든다. 부채비율 26.3%는 국내 대형 제조업에서 보기 드물게 낮은 수준이고, 자본은 26조 5,713억원이다. 시가총액 21조 532억원보다 5조원 이상 크다. 시장은 이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을 74%만 인정하고 있다. 배를 팔면 장부가를 다 못 받는다는 통념이 주가순자산비율에 반영된 결과인데, 뒤집어 말하면 이익이 정상화될 때 이 비율이 회복될 여지도 그만큼 크다.
이자수익이 이익의 두 번째 축이라는 점은 양날이다. 금리가 높은 국면에서는 두꺼운 현금이 그대로 순이익으로 돌아오고, 실제로 최근 3년 순이익이 영업이익을 웃돈 것이 그 결과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이 축이 얇아진다. 본업이 나쁠 때 이자수익이 받쳐 주는 구조라 주가가 밀릴 때 덜 빠지게 만들지만, 그만큼 순이익 지표만으로 본업의 힘을 재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글이 자체 모델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전환율을 따로 둔 이유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25년에 순이익 1조 8,787억원을 벌었는데도 자본은 27조 8,555억원에서 26조 5,713억원으로 1조 2,842억원 줄었다. 번 돈보다 나간 돈이 컸다는 뜻이다. 주당 700원의 배당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크기라, 자본 항목에서 다른 변동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 부분은 사업보고서의 자본변동표에서 확인할 항목으로 남긴다.
주가순자산비율 0.74배의 분모인 주당순자산 29,450원은 배와 터미널 같은 유형자산이 대부분이다. 이 자산의 시장가치는 운임 사이클에 따라 같이 움직인다. 운임이 좋을 때는 중고 선가도 올라 장부가가 보수적으로 보이고, 나쁠 때는 장부가가 과대해 보인다. 지금은 운임이 오르는 국면이라 0.74배가 실제보다 비싸 보일 가능성보다 싸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후행 PER 14.16배의 분모인 주당순이익 1,529원은 운임이 바닥이던 네 분기의 평균이라, 이익이 늘면 이 PER은 가만히 있어도 내려간다.
배당은 이 종목의 성격을 보여 주는 항목이다. 주당 700원, 현재가 기준 3.23%다. 이익이 3조를 넘던 2024년에도, 1조 4천억원대로 내려온 2025년에도 회사는 배당을 유지했다. 이익 진폭이 큰 업종에서 배당을 일정하게 가져간다는 것은 현금이 두껍다는 뜻이고, 주가가 밀릴 때 수익률이 올라가며 매수 근거가 되는 구조를 만든다. 다만 29조원 투자가 본격화되면 이 배당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놓이는지가 변수로 남는다.
현금흐름 항목은 확보하지 못해 순이익 대비 현금 전환 비율는 이 글에서 확인 불가다. 다만 이자수익이 순이익을 밀어 올리는 구조 자체가 현금성 자산이 두껍다는 방증이라, 이익의 질을 의심할 근거는 현재로선 약하다고 본다. 배당 700원과 배당수익률 3.23%를 지탱하는 것도 그 현금이다.
Chapter 04 · Earnings Path & Model
이익 궤적 — 시장 전망치와 정면으로 갈린다
먼저 시장 전망치를 정리한다.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9,026억·1조 50억·1조 3,679억원 세 갈래로, 어느 것을 보든 2025년 1조 4,612억원보다 낮다. 즉 시장은 올해 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이 전망은 운임이 완만하게 내려가는 하강 국면을 전제로 세워진 값이다.
자체 3개년 추정 — 계산식을 그대로 적는다
2분기. 운임 상승이 6월 말부터 본격화됐으므로 2분기 평균 운임은 1분기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그친다. 25년 2분기 2,332억원, 26년 1분기 2,691억원의 흐름 위에 상승 초입을 얹어 3,300억원으로 잡는다. 전년 동기 대비 +42%다.
3분기. 여기가 핵심이다. 7월 초에 갱신된 계약 운임이 3분기부터 매출에 붙고, 스팟 운임도 높은 자리에 있다. 참고할 실측치는 2024년이다. 홍해 우회가 전면화됐던 24년 4분기 영업이익이 1조 1억원이었다. 이번 국면의 운임 수준이 그때의 60% 정도라고 보수적으로 잡으면 6,000억원이 나온다.
4분기. 운임이 3분기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6,500억원으로 둔다. 계약 운임이 1년짜리라 3분기에 붙은 단가가 4분기에도 그대로 간다는 점을 반영했다.
2026년 합계. 1분기 확정 2,691억 + 2분기 3,300억 + 3분기 6,000억 + 4분기 6,500억 = 약 1조 8,491억원이다. 시장 전망치 상단 1조 3,679억원보다 35% 높고, 하단 9,026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자체 모델과 시장 전망의 차이는 운임 급등을 반영했느냐 하나뿐이다.
순이익 전환. 최근 3년 전환율은 107.7%·128.6%·131.4%(1분기)다. 이자수익이 꾸준히 붙는 구조라 118%를 적용한다. 1조 8,491억 × 1.18 = 약 2조 1,800억원이다. 시장 전망 주당순이익 1,269~1,703원을 크게 웃도는 값이다.
2027~2028년. 운임을 예측하지 않는다. 2026년 하반기가 고점이고 이후 신조선 인도가 누적되며 점진적으로 정상화된다는 가정 아래 2027년 영업이익 1조 5,000억원, 2028년 1조 1,000억원으로 둔다. 해운은 운임이 좋으면 발주가 늘고 2~3년 뒤 공급이 쏟아지는 업종이다. 지금의 29조원 투자 계획 자체가 그 사이클의 일부이며, 이 하강 가정은 그 구조를 반영한 것이다.
시장 전망치와 자체 모델이 이렇게 벌어지는 이유는 갱신 시차다. 전망치는 분기 실적이 나오고 리포트가 다시 쓰일 때 움직이는데, 운임 급등은 6월 말부터 7월 사이에 일어났다. 즉 지금 집계된 전망치의 상당수는 그 이전에 세워진 값이다. 실제로 국내 리서치의 목표주가가 21,000~22,700원 범위에 머물러 있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본다. 전망치가 틀렸다기보다 아직 갱신되지 않았다고 읽는 편이 정확하다.
3분기 추정 6,000억원은 2024년 4분기 실적에 운임 수준의 비율을 곱해 만든 값이다. 두 시점의 선복 구성과 계약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비율이 그대로 옮겨간다는 보장은 없다. 오차 범위를 ±1,500억원으로 넓게 본다.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이 비율부터 다시 맞춰야 한다.
Chapter 05 · The 29 Trillion Plan
29조원 — 무엇을 사겠다는 것인가
2026년 7월 24일 공시된 중장기 전략의 골자는 이렇다. 2030년까지 약 29조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을 147만 TEU 규모 166척, 벌크선을 1,352만 DWT 규모 110척으로 확대한다. 여기에 원양과 근해를 잇는 항로망 강화, 해외 거점 터미널 인프라 확보,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투자가 붙는다.
주목할 지점은 2024년에 내놓았던 계획과의 차이다. 당시 계획은 컨테이너선 155만 TEU에 130척, 벌크선 1,256만 DWT에 110척이었다. 이번에는 총 투자액이 8조 2,000억원 늘었는데 컨테이너선은 척수가 130척에서 166척으로 늘고 선복량은 155만에서 147만 TEU로 줄었다. 큰 배를 줄이고 중형선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이 방향 전환은 읽을 만하다. 초대형선은 아시아-유럽 같은 간선 항로에서만 채울 수 있고, 물동량이 흔들리면 빈 자리가 그대로 손실이 된다. 중형선은 근해와 지역 간 노선에 투입해 화물을 모아 간선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쓴다. 공시에 적힌 허브앤스포크라는 표현이 그 구조다. 규모 경쟁 대신 노선 밀도로 가겠다는 선택인데, 상위 선사와 정면으로 붙지 않겠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본다.
선복 규모를 놓고 보면 이 계획의 위치가 가늠된다. 147만 TEU는 세계 최상위 선사들이 이미 갖춘 규모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즉 이 투자로 1등을 노리는 그림이 아니라, 중위권 안에서 밀리지 않는 자리를 지키겠다는 방어에 가깝다. 해운에서 규모는 협상력이고 협상력은 곧 단가다. 규모를 못 늘리면 호황에 덜 벌고 불황에 더 잃는다. 그렇게 보면 29조원은 공격이 아니라 유지 비용이다.
29조원은 이 회사 시가총액 21조 532억원의 1.38배다. 5년에 나눠 쓴다 해도 연 5조 8,000억원으로, 2025년 영업이익 1조 4,612억원의 네 배에 해당한다. 자체 이익만으로는 감당되지 않는 규모라 보유 현금과 차입을 함께 쓰게 된다. 부채비율 26.3%가 여유의 근거이자, 앞으로 올라갈 여지이기도 하다.
이 계획을 어떻게 볼지가 이 종목 판단의 갈림길이다. 낙관적으로 보면 운임이 좋을 때 번 돈을 다음 사이클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정공법이다. 비관적으로 보면 해운업이 늘 반복해 온 실수, 즉 호황에 발주하고 불황에 인도받는 패턴의 재현이다. 발주에서 인도까지 3~4년이 걸리므로 이번에 주문한 배들은 2029~2030년에 물 위에 뜬다. 그때 시황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친환경 규제도 이 계획의 배경에 있다.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걸었다는 것은 기존 연료를 쓰는 배들을 정해진 시간표 안에 교체하겠다는 뜻이다. 국제 규제가 강화될수록 낡은 배는 운항 자체가 어려워지고, 이는 업계 전체의 폐선을 앞당겨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투자 부담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운임의 바닥을 올리는 요인이라, 이 항목은 비용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다만 값을 매기는 쪽에서는 정리가 된다. 2026~2028년 이익 추정에 이 투자는 매출로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오는 것은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뿐이다. 그래서 이 글의 자체 모델은 29조원을 이익의 근거로 쓰지 않았고, 2027~2028년 이익을 오히려 내려 잡았다. 계획의 값은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2030년 이후의 경쟁 위치에 붙는다.
Chapter 06 · Geopolitics
지정학 — 항로가 막히면 운임이 오른다
컨테이너 운임을 움직이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항로다. 물동량이 10% 늘어도 배가 남으면 운임은 안 오른다. 반대로 물동량이 그대로여도 배가 먼 길로 돌아가면 같은 화물을 나르는 데 더 많은 선복이 필요해져 운임이 뛴다. 2024년의 이익 3조 5,128억원이 바로 그 원리로 만들어졌다.
2026년 7월의 상황은 두 겹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막혔고, 후티 세력의 홍해 봉쇄가 겹쳤다. 7월 24일에는 홍해 봉쇄로 한국 선박 두 척의 발이 묶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에즈 항로를 쓰지 못하면 아시아-유럽 노선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야 하고, 항해 일수가 열흘 이상 늘어난다.
지표로도 확인된다. 상하이발 컨테이너 운임 지표는 7월 중순 3,184.82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됐고, 복수 리서치는 중동 리스크 이전 대비 약 130% 상승, 상반기 대비로는 두 배 이상이라고 정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하반기 컨테이너 계약이 7월 초에, 그 오른 수준에서 체결됐다. 3분기부터 1년 동안 이 단가가 매출에 고정된다는 뜻이다.
수급 균형의 다른 축은 선복이다. 항로가 길어지면 같은 화물을 나르는 데 더 많은 배가 필요해지는데, 이것을 업계에서는 선복 흡수라고 부른다. 아프리카 남단 우회는 항해 일수를 늘려 세계 선복의 상당 부분을 묶어 버린다. 신조선이 계속 인도되고 있어도 그 물량이 우회 항로에 빨려 들어가면 시장에서 체감되는 공급은 늘지 않는다. 2024년에 이익이 급증하고 2025년에 급감한 것이 정확히 이 흡수가 켜졌다 꺼진 결과였다.
물론 이 구도의 반대편도 봐야 한다. 지정학 리스크는 정치적 사건이라 예고 없이 풀린다. 2024년 말에 항로가 부분 회복되자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이 2,332억원까지 밀렸던 것이 실측 사례다. 다만 계약 운임이 1년 단위라, 오늘 휴전이 나와도 이미 체결된 계약분은 남는다. 급락의 속도는 2025년보다 느릴 것으로 본다.
연료비는 반대 방향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9.31달러(2026-07-26 기준)로 높다. 중동 리스크가 운임과 유가를 동시에 밀어 올리는 구조인데, 해운에서 이 둘의 크기는 대칭이 아니다. 운임은 두 배가 됐고 연료비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유류할증료로 일부를 화주에게 넘긴다. 순효과가 플러스라는 판단의 근거다.
Chapter 07 · Peers & Reverse Math
동종 비교와 거꾸로 계산 — 지금 가격이 요구하는 이익
국내 동종
국내 다섯 곳을 늘어놓으면 HMM의 자리가 뚜렷해진다. 순자산 대비로는 현대글로비스 다음으로 비싸고, 이익 대비로는 가장 비싸다. 즉 국내 해운 중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 프리미엄의 근거는 컨테이너 비중이다. 운임이 오를 때 가장 크게 버는 회사이므로 사이클 상승 국면에서 먼저 사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운임이 꺾이면 가장 크게 빠지는 것도 이 종목이다.
글로벌 동종
글로벌 셋의 공통점은 3월 중순에 고점을 찍고 6월 말까지 되돌렸다는 것이다. HMM도 3월 3일 24,950원에서 6월 26일 17,910원까지 밀렸으니 같은 흐름이다. 다른 점은 그다음이다. 7월 들어 중동 항로가 막히면서 HMM은 21,650원까지 올라왔는데, 이 반등이 글로벌 동종에서도 같은 크기로 나타나는지는 이번 세션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되면 이번 상승이 종목 재료가 아니라 업황 전환이라는 근거가 하나 더 붙는다.
글로벌 셋과 비교하면 이 비율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순자산 아래에서 거래되는 것은 이 업종의 표준이고, HMM 0.74배와 Maersk 0.69배는 거의 같은 자리다. 차이는 구성이다. Maersk는 터미널과 육상물류 비중이 커서 컨테이너 운임이 뛸 때 이익 증가율이 완만하고, HMM은 컨테이너에 몰려 있어 증가율이 가파르다. 같은 비율을 받고 있다면 운임 상승 국면에서는 HMM 쪽이 유리하고, 하강 국면에서는 반대다. 비율이 같다는 것이 곧 위험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거꾸로 계산 — 지금 가격이 요구하는 이익
계산은 단순하다. 현재 시가총액 21조 532억원을 후행 PER 14.16배로 정당화하려면 순이익이 1조 4,900억원 있어야 한다. 이 값은 지난 네 분기 실적의 합과 거의 같다. 즉 시장은 이 회사가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벌면 된다는 가격을 매기고 있다.
분기로 쪼개면 요구 수준이 드러난다. 1분기 순이익 3,536억원을 빼면 남은 세 분기가 1조 1,364억원, 분기당 3,788억원을 채우면 된다. 1분기가 3,536억원이었으니 분기당 7% 개선이면 현재가가 유지된다는 요구다. 운임이 두 배로 뛴 국면에서 이 요구는 낮다.
거꾸로 물어도 결론은 같다. 자체 추정 순이익 2조 1,800억원이 실현되면 현재 시가총액 기준 PER은 9.7배로 내려간다. 순자산 기준으로는 2026년 말 자본이 28조원대로 늘어 주가순자산비율이 0.75배 아래로 떨어진다. 이익이 늘어도 PER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은 가격이 이익 증가를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계산이 다음 장 시나리오의 출발점이다.
Chapter 08 · Scenarios
시나리오 — 네 갈래의 값과 확률
Bear (확률 20%). 중동 항로가 3분기 안에 정상화되고 운임이 상반기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다. 2026년 영업이익 1조 1,000억원, 순이익 1조 3,000억원에 순자산의 0.62배를 적용했다. 이미 체결된 하반기 계약분이 남기 때문에 2025년 2분기 같은 급락은 어렵다고 보고 확률을 낮췄다. 전제 가정 시의 값이다.
Base (확률 35%). 4장 자체 모델이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다. 순이익 2조 1,800억원에 순자산의 0.80배를 얹었다. 이익이 46% 늘어도 주가순자산비율은 0.74배에서 0.80배로 조금만 오른다고 본 것인데, 해운은 이익이 늘 때 이 비율이 함께 오르지 않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현재가와 거의 같은 자리라는 사실이 이 시나리오의 결론이다.
Bull (확률 32%). 운임 강세가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이익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는 경우다. 같은 순이익에 순자산의 0.95배를 적용했다. 이 시나리오조차 장부가를 넘지 않는다는 점이 해운주의 한계이자, 동시에 목표가 산정의 보수성을 보여 준다.
Super (확률 13%). 항로 차단이 장기화되면서 2024년형 이익이 재현되는 경우다. 그해 영업이익은 3조 5,128억원이었다. 순자산의 1.15배를 적용하면 31,430원이 나온다. 시장 목표주가 평균 22,700원보다 한참 위인데, 시장이 이 시나리오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제 가정 시의 값이다.
Chapter 09 · Flow
수급 — 외국인이 9거래일 연속 샀다
2026-07-24 기준. 단위는 전부 주식 수다.
두 기간의 방향이 같다. 20일 동안 외국인이 2,123,487주, 기관이 4,213,057주를 샀고 개인이 5,124,017주를 팔았다. 5일로 좁히면 매수 강도가 더 세다. 외국인 보유율은 20일 사이 0.41%p 올라 8.11%가 됐고, 보도 기준으로는 7월 24일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수였다. 개인이 반등 구간에서 물량을 넘기고 기관과 외국인이 받는 구도다.
공매도 쪽 변화가 더 뚜렷하다. 5일 평균 거래 대비 공매도 비중이 7.04%로, 기준 구간 평균 14.73%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판정은 급감이다. 운임 상승이 확인되면서 하락에 걸어 둔 자금이 정리되고 있다는 뜻인데, 이 물량이 되사는 과정 자체가 주가를 밀어 올린다.
신용융자 잔고는 3,211,576주로 관찰 구간에서 23.0% 줄었다. 6월 말 17,910원까지 밀리는 동안 빚으로 산 물량이 정리됐다는 의미다. 남은 물량이 가벼우면 가격이 흔들려도 강제 매도가 나올 여지가 적다. 외국계 창구는 5일 동안 723,530주를 순매수했다.
3박자 일치 — 리포트 발간 + 외국계 창구 순매수 + 외인 순매수(강신호). 리포트가 나온 뒤 외국계 창구와 외국인 수급이 같은 방향으로 붙었다. 공매도 급감과 신용 감소까지 겹치면서 다섯 개 지표가 모두 같은 쪽을 가리키는, 흔치 않은 조합이다.
수급의 구성도 읽을 만하다. 20일 동안 기관이 외국인의 두 배를 샀는데, 5일로 좁히면 외국인이 앞선다. 기관이 먼저 담고 외국인이 뒤늦게 붙는 순서인데, 외국인 보유율이 8.11%로 국내 해운 중 가장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늘릴 여지가 남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개인이 20일 동안 5,124,017주를 넘긴 것도 물량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이다.
다만 하나는 걸린다. 국내 리서치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1,000~22,700원 범위로, 현재가 21,650원과 거의 같거나 조금 위다. 수급은 강하게 들어오는데 목표가는 따라 올라오지 않았다. 목표가가 운임 급등 이전의 이익 추정 위에서 계산됐다면 자연스러운 시차이고, 3분기 실적이 나오면 이 간격이 어느 쪽으로든 정리된다.
Chapter 10 · Thesis
정·반·합 — 세 문단으로 정리한다
정. 운임이 두 배가 됐고 그 단가로 하반기 계약이 체결됐다. 2024년에 같은 구도에서 이 회사는 영업이익 3조 5,128억원을 벌었다. 재무는 부채비율 26.3%로 가볍고 순자산은 26조 5,713억원, 시가총액보다 5조원 이상 크다. 수급은 외국인·기관 동반 매수에 공매도 급감과 신용 감소가 겹쳤다. 현재가는 지난 네 분기 이익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가격이다.
반. 지정학은 정치가 만든 변수라 예고 없이 풀린다. 2025년 2분기에 분기 영업이익이 2,332억원까지 밀린 실측이 남아 있다. 유가 89.31달러는 원가를 누르고, 29조원 투자는 2027년부터 감가상각과 이자로 손익에 먼저 도착한다. 순자산의 0.74배라는 값은 시장이 이 회사의 자산을 신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익의 지속성을 믿지 않아서 붙은 값이며, 그 불신에는 근거가 있다.
합. 방향은 위쪽이 우세하다. 확률가중 23,440원으로 현재가 대비 +8.3%인데,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비대칭이다. 아래로는 순자산과 낮은 부채비율이 받치고 위로는 운임이 열려 있다. Bull 시나리오조차 장부가를 넘지 않는다는 것은 오를 때의 가정이 보수적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 종목은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이클 하강을 만날 확률이 커진다. 시간이 편이 아닌 구조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둔다.
실적·재무는 전환 중(운임 급등이 3분기 손익에 아직 안 들어옴), 수급은 명확한 긍정(5개 지표 동일 방향)이다. 네 칸으로 나누면 실적 확인 대기 · 수급 좋음 자리다. 3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으면 둘 다 긍정 칸으로 이동하고, 4,000억원을 밑돌면 자체 모델의 비율 가정이 틀린 것이라 Base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판정이 바뀌는 조건. 가격으로는 25,970원이다. 이 위에서는 Bull이 이미 실현된 가격이라 저평가 근거가 사라진다. 실적으로는 3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이다. 이 아래면 운임 상승이 손익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2026년 순이익 추정을 1조원대 중반으로 내려야 한다.
Chapter 11 · Watchlist
다음 확인 — 무엇을 보면 이 글을 고쳐야 하나
- 3분기 실적. 영업이익 5,000억원이 분기점. 6,000억원 이상이면 자체 모델이 맞은 것이고, 4,000억원 미만이면 Base를 내린다.
- 중동 항로 재개. 수에즈 통항이 정상화되면 스팟 운임부터 빠진다. 계약분이 남아 시차는 있지만 방향은 즉시 바뀐다.
- 29조원의 조달 방식. 차입인지 증자인지에 따라 주당 가치가 달라진다. 세부 계획이 나오는 시점이 재무 부담을 다시 재는 순간이다.
- 목표주가 상향 여부. 지금 21,000~22,700원 범위가 위로 조정되는지가 이익 추정 변경의 신호다.
- 영업활동현금흐름.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한 항목이다. 순이익 대비 0.8배를 밑돌면 이익의 질에 의문을 달아야 한다.
- 자본변동표. 2025년에 순이익 1조 8,787억원을 벌고도 자본이 1조 2,842억원 줄어든 내역. 반복되는 항목이면 주당순자산 추정을 낮춰야 한다.
- 선박 취득과 리스부채. 29조원 계획이 실제 집행으로 넘어가는 속도. 유형자산과 리스부채가 함께 뛰면 부채비율 26.3%의 여유가 줄어든다.
확인의 순서도 정해 둔다. 운임 지표는 매주 갱신되므로 3분기 실적을 기다리지 않고도 방향은 먼저 읽힌다. 지표가 지금 수준에서 유지되면 실적은 따라오게 되어 있고, 지표가 먼저 꺾이면 실적 발표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가 된다. 주간 운임과 분기 실적 사이의 이 시차가 해운주 매매 타이밍이 늘 어긋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 개의 이벤트 중 첫 번째가 3분기 실적이다. 운임은 이미 올랐고 계약도 체결됐다. 남은 것은 그것이 숫자로 확인되는 일뿐인데, 확인되는 순간 시장 전망치가 한꺼번에 위로 조정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으면 이 글의 전제부터 틀린 것이다. 계산은 그때 다시 한다.